길고양이, 그리고

 

 

 

 

 

# 길고양이 2021.05 @ 선유도. Seoul. Seonyud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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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모두 마치고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하는 마지막 주말 저녁이다.

진짜 끝인가 믿기질 않네.

 

다시 정신을 잡고 앉기 위한 핑계로 늘 신선한 아아와 함께다.

단축영업이 발발한지 꼬박 일여년이 흐른 지금, 

커피 뽑으러 나서는 일은 요근래 유일무의한 나를 위한 외출이기도하다.

그 짧은 거리를 다녀오며 길가 한 구석에 움츠린 몸으로

무언가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노인을 보는것도 여전히.

얼굴엔 하얀 마스크가 매일 바뀌고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이 있고

해가 뜨거울때엔 그늘진곳에서 이슬병이 곁을 우뚝 지킨다.

모든게 이렇게나 그대로이다.

 

부족함을 탓하는것도

갖고있지 못함에 시기 질투 하는것도

우울한 감정이 분노로 변하는것도

그러다보면 다시 되돌아 오는 현실감에 또 다시 한 풀 기가 꺽일터이니

모두 순환의 연속이려니한다.

 

 

 

 

 

 

 

좋다가도 나쁘고 나쁘다가도 좋다를 반복하며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사는것, 

그렇게 보통사람 코스프레로 다들 그럭저럭 

괜찮다 여기며 살아내는 거겠지.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책임감을 가지며 얻어 사는가보다.

매너리즘속에 폭 빠져 살아가다가도 새로운 생명을 보기라도 한다면

잠시나마 무의식적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초코바에 박힌 아몬드를 씹는 느낌 같다랄까, 

살다보면 얘기치 않은 일들이 참으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 길고양이 2021.05 @ 선유도. Seoul. Seonyud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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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꽃이 좋아졌다.

놀랍다. 내가 꽃을 좋아하다니.

생명력이 가진 에너지와 아름다움!

대단하고 너무나 위대하다.

난 이렇게도 쉽게 한 풀 꺽일 것 만 같은데

의지를 가지고 살아내다니.

그러다 Flower라는 곡을 만들게 되었다.

 

 

 

 

 

 

 

# 길고양이 2021.05 @ 선유도. Seoul. Seonyud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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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기 때문에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왜 당연한가'에 의문을 가지고 보니

나는 '당연함'이라는 존재를 지나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어느것도 당연하지 않다고 바꿔 생각하니

불특정 아줌마 와 아저씨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대단할 뿐이였다.

당연해서 이 순간까지 온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속 사정은 제각각 다양하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왜 무시를 당하는지,

그 수구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겪었을 일들이

나로서는 사실 상상 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 이만큼 살아온것도 믿기지 않지만.

 

 

 

 

 

 

 

 

# 길고양이 2021.06 @ 여름 신촌. Seoul. Sin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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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끈질기다.

처음엔 단순히 길에서 만난 그들이 신기할 뿐 이였는데

어느순간 나는 대단한 고양이 오덕후의 완전체로 다시 태어났다. (이럴수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때에도

집 앞에 나가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을 때에도

더럽고 시끄러운 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길고양이를 만난다.

 

집 앞 공원의 공사가 한참이던 지난 여름이 오기 전 까지는

다양한 고양이들과의 조우가 끊이질 않았다.

잘 먹어서 통통하다고 오해를 살 만 큼이나

(예상컨데 아마 염분이 많은 사람의 음식으로 인해)퉁퉁 몸이 불어 있는 고양이 부터

간식과 밥을 넘기기 힘들정도로 많이 아픈 고양이까지

내가 있는 곳에 그들이 있었고

그들이 있는곳에 내가 있어 왔다.

 

추웠던 한 겨울,

사람이 많이 오가는 주차장 한 편 에서 

들이치는 햇빛의 따뜻함으로 몸을 녹이던 이 아픈녀석이 

자꾸 마음에 걸려 냅다 집으로 뛰어가 미유믹스 하나를 뜯어 어서 먹으라 주었다.

사람이 굳이 헤치지 않는다는 걸 알기도 하지만

몸을 숨길 기력 조차 보이질 않았다.

곧 심장이 멎을 것 처럼 거친 숨 소리를 내며 

오랫동안이나 미유믹스 하나를 그 자리에서 헤치웠다.

이상하게도 멈출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누가 나를 볼까 싶어 재빠르게 얼굴을 숨겼지만

눈물이 창피해서 인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것이 죄 스러워서 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키질 못 할 약속을 시작해

이 어린 생명에게 상처를 줄까 싶어

밥을 챙겨주는게 맞을까 싶었으나

세상일이 꼭 논리적이지만은 않으니.

그냥 너무나도 눈물이 났다.

 

뼈가 시리게도 추운 겨울을 지내며

그냥 스쳐지나가버렸을 많을 것들이

눈에 밟히고 가슴 안에 들어 온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받고

 

나는 끊임 없이 버리고 비워내고 있지만

자꾸만 마음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 길고양이 2021.04 @ 이대길. Seoul. Ewhayeodae-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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